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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에 관한 새로운 시각

공감 능력을 기르려면 당신이 평소 작업했던 것보다 더 깊은 단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아직은 텔레파시 서버가 없기에 사람의 마음을 탐구할 오직 한 가지 방법은 귀 기울여 듣는 것뿐이다. 이 과정은 말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람의 내면에 있는 생각은 소리 내어 말하거나 글로 써야만 전달된다. 이런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몇 가지 방법과 시나리오가 있다.

글을 쓰든지 말을 하든지 당신은 상대방 내면의 독백을 찾는다. 몇 가지 시나리오나 경험을 사례로 이야기하면 된다. 더 자세한 내용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데, 발생한 이야기에 관한 게 아닌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흐르는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다. 글과 말로 하는 이야기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질문해도 된다. 그 사람이 이야기의 사고 과정 일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중요한 부분은 기억할 것이다.

한 사람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과정은 이유, 의사 결정과 망설임, 반응과 인과 관계로 구성된다. 이는 사람의 행동을 좌우하는 더 깊은 생각의 흐름이다. 대화가 진행되는 방식에 관한 표면적 수준 설명surface level explanation과 표면적 의견과 기호surface opinions and preference는 그 사람이 처했던 환경에서 만들어지며, 이는 마치 호수 표면에 일렁이는 물결과 같다. 당신이 찾는 것은 이런 설명이나 의견, 기호가 아니다. 당신의 관심은 상대방 마음속에서 흘러가는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내를 파헤치는 데 있다.

공감 능력을 기르기 위해 당신이 찾는 것은 상대방이 도구와 서비스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당신 조직이나 일에 대한 ‘피드백’도 아니다. 상대방이 한 말이 당신의 목표 달성 방법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에 관한 생각도 아니다. 아직은 말이다. 그건 나중에 할 일이다. 공감 능력을 기르려면 상대방의 추진력, 즉 상대방이 주도하는 대화 내용에’만’ 관심을 둬야 한다. 이런 추진력은 천년 동안 변함 없이 인간의 행동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근원적인 힘을 바탕으로 당신은 상대방과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상대방처럼 생각하고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려는 능력 말이다.

이 장은 깊게 경청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경청’이란 말을 글로 작성된 내용에 적용하는 게 적절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장에서 말하는 조언은 모든 말과 글에 적용된다.

경청 그 이상의 기술

사람들과 하는 일상적인 대화는 공감할 정도의 수준까지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 의미를 추측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기호와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심지어 어떤 문화에서는 의견을 교양 있는 태도로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일상 대화에서 다른 사람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말을 계속하지 않는다. 공감 능력을 기르려면 경청 기술 그 이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당신은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계속 집중해야 하고, 본인의 생각과 대답으로 인해 산만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당신은 이야기하는 사람이 편안한 상태로 내면에 있는 생각과 추측을 당신에게 내보일 수 있게 상대방을 돕고 싶을 것이다.

사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당신이 앞서 준비할 것은 없다. 미리 작성된 질문이란 건 없다. 당신은 대화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그게 좋다.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을 알게 될 테니.

경청 세션에서 당신은 처음에 상대방이 참여하게 된 목적을 설명해준다. 공식적인 경청 세션에서는 그 세션의 범위를 정한다. 그 범위는 당신 회사의 서비스보다 더 폭넓으며, 그 사람이 가진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험 회사라면 당신은 그 범위를 생명 보험으로 국한하진 않는다. 오히려 가족 중에 누군가 죽음을 맞이하는 일처럼 가족의 대사에 관한 내용으로 정할 것이다.[1] 처음에 당신은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최근 집안 일을 치르는 동안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듣고 싶네요.” 사전에 계획이 없는 경청 세션에서 당신은 상대방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볼 수 있다. 만일 상대방이 동료라면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

사고방식에 빠져라

당신은 얼마나 자주 상대방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가? 케빈 브룩스Kevin Brooks가 말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듣는다. 그래야 당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상대방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 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일치한다거나 의견을 덧붙이고 싶을 때 또는 농담을 하거나 축하한다고 말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2]

진정한 경청자가 되는 건 다른 문제다. 경청할 때는 머릿속에 잡념이 없는 상태이므로 뇌가 더 차분해진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열심히 듣는다. 상대방이 꺼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따라가려 하고, 그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그 내용이 상대방이 이전에 했던 다른 이야기와 혹시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려 노력하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뇌에서 결론을 성급히 내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당신은 그 일이 일어난 때를 알아보고, 그냥 내버려두기도 하며, 상대방이 대화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고자 한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3]가 묘사하는 마음 상태, 즉 ‘몰입flow’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힘들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완전히 빠져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때의 마음 상태는 평소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시간에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늘 다른 사람에게 집중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상황이 되면 이와 같은 집중력이 요구되는 사고방식에 빠져들 수 있다.

의도를 파악하라

공감 능력을 기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것이지, 사무실에서 어떤 물건이나 누군가가 상대방을 얼마나 잘 도와주는지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이는 부차적인 목적이므로 잠시 잊자. 당분간 당신의 접근 방법을 좀 더 큰 범위로 생각하라. 그 범위에서 사람이 달성하려는 더 큰 목적을 검토해보자.

핵심은 상대방이 하는 말의 의미, 즉 작업 절차가 아닌 이유와 동기를 찾는 데 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도구나 서비스가 아니다. 이야기 방향에서 내면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중요한 목적, 내면의 갈등, 망설임, 감정, 균형 같은 것 말이다. 당신은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마음을 살펴보는 좀 더 깊은 수준을 원한다.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는 그 어떤 것이라도, 나이가 많든 적든, 그 세션을 500년 전 혹은 500년 후에 진행하든 상관없다. 이런 정보들을 통해 공감 능력이 길러진다. 얇은 표층의 설명이나 기호를 모은다고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많이 드러나는 건 아니다.

상대방의 사고방식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심이 높다는 점을 그 사람이 상기하도록 다음과 같이 질문하라.

  • “그 결정을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 “거기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얘기해 주세요.”
  •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요?”
  • “무슨 생각을 하셨죠?”

만일 상대방의 감정 표출이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 같으면 “그래서 어떻게 하셨죠?”라고 물어보라. 어떤 이는 “어떤 느낌이 들었죠?”라고 묻는다. 그러나 이 질문은 전문 치료사의 말처럼 들리므로 상대방을 다소 불편하게 한다. 게다가 일부 사람들이나 업계에서는 ‘감정’에 관한 언행에 특히 조심한다. 당신의 업무 환경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라.

해결책을 물어보는 질문은 하지 마라. 경청 세션은 무엇을 바꿀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제안하실 게 있으세요?”라고 묻지 마라. 당신 회사의 제안에 대해 상대방이 말을 꺼내는 건 좋다. 그 사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시간이지 당신이 이야기할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발전시키진 마라. 상대방이 말을 끝내면 좀 전에 그 사람이 설명했던 내용으로 되돌아가라.

확실히 이해하라

상대가 말하는 의미에 대해 추측하는 건 무척 쉽다. 당신만의 경험과 관점이 있는데, 이는 삶에서 당신이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살펴보고 상대방에게 무의식적으로 질문해야 한다.

  • “무슨 말인가요?”
  • “이해가 되지 않네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상대방의 환경이나 일상 경험에 대해 당신이 아는 게 없음을 명심하라. 상대방이 이야기하는 게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당신은 알 수 없다. 그러니 질문하라. 당신이 이해하는 게 본인에 관련된 일이거나 관습에 근거할 때를 아는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히 캐묻겠지만, 정말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막다른 상황에 놓이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진행을 계속하면서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같은 유형의 질문을 많이 하라. 대개 이런 질문들을 통해 내용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청 세션에서 내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이 세션에는 시간 제한이 없다. 상대방이 말했던 내용별로 내면의 더 깊은 이유들을 알게 되면 세션이 종료된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표면으로 올라올 것이다. ‘대화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당신의 목적이 자세한 내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방이 하는 말에서 되도록 많이 알아내라. 대신 이야기 주제를 바꾸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한다. 그건 당신의 몫이 아니다.

물론 대화에서 상대방 이야기가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도 모른다. 그 방향은 당신이 흥미로워하거나 상대가 꺼내주길 바랐던 그런 쪽이다. 당신이 마음을 열고 상대방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색다른 이야기를 듣고 놀랄지도 모른다.

가끔 본인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신은 선생님, 부모, 동료, 친구, 상사에게 본인의 역량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인터뷰 대상자에게 뛰어난 질문을 하는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공감 경청 세션은 그와는 전혀 다르다. 당신은 상대방이 무안해하는 걸 원치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즉 당신이 상대방의 생각을 모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방은 생각하고, 당신은 그 사람의 생각을 여행하는 여행자가 되는 것이다.

가정assumption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실제로 혼란스럽게 말할 때가 종종 있다. 그냥 건너뛰지 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혼란스러웠던 그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라. 더 명확해질 때까지 요청하라. 그리고 당신의 가정에 머물지 마라. 상대방이 말한 의미를 혹시 단정 짓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캐치해야 한다. 상대방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자극에 거의 즉각적인 반사 반응reflexive response을 훈련하라. 스스로 가정하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고 탐색하도록 주의를 기울일 수는 있다.

당신이 언외의 뜻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된다.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 당신의 날카로운 직관력은 검토되지 않은 내용은 그대로 남겨 두라고 부추길 것이다. 이에 저항하라. 그보다는 “진심이라는 걸 알아요”나 “저도 알죠”와 같이 평상시에 하는 흔한 표현으로 넌지시 말하는 시점을 인지하는 연습을 하라. 이런 표현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만, 당신이 곤경에 빠지게 되는 곳도 바로 거기다.

혼란스러운 표현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면 그때 그 사람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놓치게 된다. 선입견은 좋은 표지판으로, 당신이 그 표현을 더 오래 숙고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며 상대방 내면에 있는 사고 과정을 설명할 수 있게 한다.

  • [1] : 만일 당신이 연구자라면 경청 세션은 (시스템) 솔루션이 아니라 사람에 중점을 둔 생성 연구(generative research)라고 알고 있는 게 좋다. 고로 솔루션이 사람을 위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게 편하다.
  • [2] : 이는 내가 UX Week 2008 워크숍에서 케빈 브룩스 박사(Kevin Brooks, PhD)의 강연을 듣고 얻은 통찰이다. 애석하게도 2014년 그는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 [3] :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저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그의 국내 번역서로 《몰입, FLOW: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한울림, 2005년)와 《몰입의 즐거움》(해냄출판사, 2010년)이 있으며, 몰입에 관한 다른 책 4권이 더 있다. TED와 유튜브에서 그의 발표를 볼 수 있다.

 

저작권 정보이 글은 A List Apart에서 나온 글을 번역한 것으로, 웹액츄얼리 북스팀이 A List Apart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올린 자료입니다. 원본은 ‘A New Way to Listen’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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