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차단과 웹의 미래

여러분의 사이트는 곧 초대형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전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될지 모른다. 드론이 의도적으로 민간인과 아이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듯, 애플도 우리 사이트를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iOS9에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한 것은 아니다. 애플은 최대 적수인 구글을 견제하면서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는 디스플레이 광고보다는 좀 더 애플다운 우아한 방법으로 웹 경험을 제공하려는 것뿐이다.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비난의 여지가 없는 깔끔하고 훌륭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광고에 의존하는 독립 사이트들도 구글과 함께 손해를 입게 될까?

초대형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끊임없는 전쟁

이제는 초대형 디지털 기업들의 전쟁에 익숙해질 때도 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여, 여러분이 아마존을 사용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iOS의 킨들(Kindle) 앱에서 책을 구매할 수 있는가? 애플은 iOS에서 킨들 앱을 설치할 수 있게 지원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아이폰에서 킨들 책을 구매하려면 데스크톱이나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 아마존 사이트(Amazon.com)에 접속해야 한다. iBooks에서 전자책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iOS의 아마존 비디오 앱도 마찬가지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보고 싶은 영화는 모두 재생할 수 있지만, 앱을 통해서 구매할 수는 없다. 데스크톱이나 사파리 브라우저를 통해 아마존 사이트(Amazon.com)에 접속해야 한다. iTunes에서 비디오를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iOS의 아마존 앱에서는 대부분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도 킨들 책이나 아마존 비디오는 구매할 수 없다. 아마존이 미디어 판매 수익을 애플과 나누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애플 역시 iOS의 아마존 앱에서의 판매를 막고 있다. 애플은 다른 판매자들이 모두 수수료를 내는 상황에서 아마존만 예외로 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에 서비스와 배송을 혁신하고 최저가를 보장하면서 미국의 온라인 소매업계를 장악한 아마존은 최저가 판매로 애플과 나눌 만한 이윤도 없거니와 수익을 공유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이 최저가는 아마존에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들의 목을 조이는 가격이기도 하다.

아마존이 애플과 수익을 공유할 의사가 전혀 없기 때문에 애플은 수익 분배가 없는 아마존의 iOS 앱을 통한 판매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에게 손해일까? 결국 아이폰을 내려놓고 주적대며 데스크톱으로 걸어가거나 아니면 구매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당신, 바로 소비자다. (물론 이것이 인생 최고의 비극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만은 확실하고 아마존과 애플 모두에게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당연히, 애플 TV에서는 아마존 비디오를 재생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아마존 파이어 TV에서 애플 iTunes를 통해 구입한 비디오는 불법적인 조작이 아니면 볼 수 없다. 90년대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한 이후부터는, 미디어와 IT 회사들은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가는 이런 성공을 최후의 승자로는 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런 일에 익숙해져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광고 차단은 전혀 다른 문제

처음에는 광고 차단이 전혀 다른 문제처럼 보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킨들 앱에서 책을 구매하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더 많은 광고를 보고 싶지는 않다. 오늘날 온라인 광고 경험이 이렇게 된 데에는 미디어와 광고 회사의 책임이 크다. 얼마나 광고가 지긋지긋하면 소비자들이 사이트의 페이지 상단과 오른쪽 사이드바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도록 훈련되었겠는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디자이너의 비밀 가운데 하나는 고객이 CEO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링크를 사이트에 추가해달라고 하면 사이드바 상단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CEO 외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말이다. 팝업이나 화면 전체를 뒤덮는 레이어 등 사용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요소들 때문에 오늘날 광고가 웹에서 멸시받고 있다.

괜찮은 광고 네트워크도 물론 있다. 짐 쿠달^{Jim Coudal}이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와 나의 도움으로 만든 The Deck이다. 특정 소비자를 겨냥한 작고 재미있는 광고를 페이지당 하나로 제한한 것이 특징이다. 이 광고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다른 네트워크들도 영감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기를 기대했다. 나는 The Deck이 광고 노출은 적으나 더 좋은 가격에 더 구체적인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웹 에이전시인 Happy Cog의 고객들 중 미디어 회사들에게도 이 광고 네트워크를 소개했다. 하지만 다른 광고 네트워크들은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사용자에게 흥미도 없고 콘텐츠 흐름을 방해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앞서가는 웹 사용자들은 전부터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웹을 경험하고자 ‘광고 차단 서비스’를 이용해왔다. Readability 같은 훌륭한 앱은 웹 콘텐츠를 복잡하게 만드는 광고들을 없애고 활자를 크게 하는 동시에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 수익 모델을 모색했다. Readability 자문위원으로 있었을 때의 일이다. 나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디자이너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고객의 사이트에 가독성을 방해하지 않는 레이아웃을 제공하지 못하면 Readability 같은 프로그램들이 우리 일을 빼앗을 것이고, 미디어 회사는 더 이상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몇 년 후,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자 현명한 사이트들은 가독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콘텐츠 중심으로 레이아웃을 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뉴욕타임스’ 같은 최고의 사이트들은 큰 활자와 콘텐츠 중심, 가독성 위주의 현대적인 레이아웃에 광고를 기막히게 통합시켰다. (물론 medium.com은 가독성을 높이는 뛰어난 작업을 했지만 벤처 자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아직까지 광고를 통합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광고가 외면당하지 않길 바라고 있고 구글과 같은 대형 네트워크가 제시하는 수치(그들이 실질적으로 팔고 있는)에 빠져 있다. 광고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회사들이 정말로 알고 싶은 것은 25세에서 34세 사이의 여성이 ‘하우스 오브 카드^[1]‘를 시청한 후 어떤 종류의 겨드랑이 땀 냄새 제거제를 가장 구매하고 싶어하는가이다. 여기서 사생활 침해와 정부의 개입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애매하고 현란한 광고가 가득 찬 웹 환경에서 하나하나 제대로 살펴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가련한 소비자를 구하기 위해 영웅처럼 나타났다. 볼썽사나운 광고들을 차단하고 광고 없이 신문을 읽을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애플의 이런 광고 차단 정책이 성공하게 된다면, 미디어 회사들과 독립 사이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소비재 vs. 소비재

사용자들이 아직도 뉴스나 고양이 움짤을 보기 위해 데스크톱을 쓴다면 애플의 행보는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이제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한다. 인터넷 서핑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The Verge의 닐레이 패탤^{Nilay Patel}은 애플이 구글의 수익원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웹 자체에 큰 손상을 입힐 거라고 주장한다.

구글 수익원을 겨냥한 애플 전쟁의 여파로 피해가 웹으로까지 번질 것이다. 특히 구글 애드센스 같은 대형 네트워크 광고 서비스, 광고성 기사작성, 오프라인 영업을 통한 광고 수주 등 이러한 것을 할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 영세 온라인 미디어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곧 독립 미디어들의 대학살이 벌어질 것이다. 웹에 투자되는 돈과 관심이 줄어든다면 웹 혁신은 서서히 느려질 것이다. –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애플 vs. 구글 vs. 페이스북 그리고 서서히 몰락하는 웹(Welcome to Hell: Apple vs. Google vs. Facebook and the slow death of the web)

하지만 존 그루버^{John Gruber}는 자신이 운영하는 것처럼 작은 독립 사이트들은 다르다고 본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내가 운영하는 Daring Fireball은 사파리의 콘텐츠 차단에도 매출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것은 지난 10년 동안 내가 한 선택들이 옳았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크게 손해를 볼지라도 독자가 관심을 둘 만한 광고를 올리면 된다. 하지만 The Awl처럼 훌륭한 사이트가 어려움을 겪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들은 똑똑한 만큼 곧 적응할 것이다. – 애플 때문에(Because of Apple)

내가 쓴 ‘광고 게재냐 인터넷 속도냐‘ 기사에서 사이트 성능 면에서 광고와 콘텐츠의 충돌을 살펴보았다. 아직 읽어보지 못했거나(빨리 번역하도록 하겠다.) 기억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웹에서 대부분의 사용자 인터랙션은 모바일 네트워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대역폭 제한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성능이 중요하게 되었다. 훌륭한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성능이 뛰어난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어느 때보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쓸모없는 광고 네트워크들이 그 노력을 망치면서 사이트 속도를 느리게 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들이 웹의 성능을 탓하며 앱으로 돌아서게 해 웹의 미래를 위협한다. 그렇다고 광고 네트워크를 제거할 수도 없다. 싫든 좋든 광고 수익은 디지털 미디어를 움직이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돈 없이는 콘텐츠도 없다.

어쨌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애플은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렸고, 광고 네트워크를 제거하는 것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것이 여러분의 사이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