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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 저자 인터뷰

어 리스트 어파트의 매니징 에디터 미카 맥피터스와 사라 와터 보에처(어 리스트 어파트 전 편집장)가 사용자의 마음 가장 깊숙이 내재한 니즈를 들여다보는 법에 관해 나눈 담화이다.

사용자는 우리가 만든 퍼소나와 그 퍼소나에 한정된 문제만 존재하는 작고 정돈된 삶을 살지 않는다. 인생은 뒤죽박죽이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며, 어떤 날은 끔찍하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더 가혹한 삶의 현실을 가볍게 여기고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공동 저자 겸 콘텐츠 전략가 사라 와터 보에처Sara Wachter-Boettcher에릭 마이어Eric Meyer가 사용자가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의 책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Design for Real Life》에서는 우리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소수의 사용자를 돕는 데 실패한 무신경한 디자인 의사결정들의 저변을 살펴본다.

 

우선 이 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이 주제를 다루게 된 핵심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사라: 2015년 초, 나는 사용자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요구되는 방식들과 소외감을 느끼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그 글에서 나는 형태와 관련한 개인적 경험들을 이야기한다. 나는 독일 영사실에서 어린 시절 죽은 형제(혹은 자매)에 대해 기록하고, 내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 영문도 모른 채 성폭행 관련 체크박스에 표시해야 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그걸 핵심적인 계기라고 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사실은 독일 영사실에서 집에 돌아온 날부터 그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감정적인 진술이나 그 이상의 뭔가가 거기 담겼는지 확신이 없었다. 나는 6개월 동안 그 글을 묻어두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마침내 겨울 방학 동안 글을 완성하고 게시했을 때는 관심 가질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지 불확실했다.

결과적으로는 관심 갖는 이들이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트윗과 이메일을 보내오고, 코멘트를 남기며, 글이 본인에게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는지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리기 시작했다. 인터페이스의 구성 방식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떠오르게 하거나, 밖으로 꺼내기 불편한 정체성을 밝히도록 한다거나, 특정한 전제를 깔고 있어서 사용자가 소외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혼혈이라는 것을 기입하거나, 혼혈일 경우 진행할 수 없는 형태, 이성애자임을 당연시하는 제품의 설정, 이상적인 감정 상태가 아닌 사용자에게는 맞지 않는 뼈 있는 카피 등 사례는 끝없이 이어졌다.

내게 손을 내민 사람 중에는 에릭이 있었는데, 물론 나도 그의 작품을 읽은 후였다. 이 주제가 정말 다양한 집단의 신경을 건드렸음을 깨달은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이건 소수자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힘들었던 과거나 현재의 위기를 맞닥뜨리며 살아간다. 각 개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엣지 케이스Edge case(극단적인 사례 – 옮긴이)일 수 있지만, 종합해보면 보편적인 일이며 사람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는 온라인상으로 모두와 이야기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나눈 이야기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비교할수록 에릭과 나는 이 논의가 더 중요함을 더 확신하게 됐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은 수십 년 동안 논의돼왔다. 지금쯤이면 이런 ‘감수성의 무지함’은 해결됐어야 하지 않을까?

사라: 나도 그러길 바라지만 역사적으로 (디자인)팀은 사용자들이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심도 있게 공감하고 상상하는 어떤 형태의 훈련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건 ‘감수성’보다는 훨씬 큰 차원의 문제로 웹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순전히 포괄성에 관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제품 디자인에서 성별을 살펴보자. 충돌 테스트를 위한 인체 모형은 모두 ‘평균적인 남성’의 크기에 해당하며, 그 결과 자동차 사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 여성과 남성이 겪는 질병의 비율이 다르고 치료법에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에도 의학 연구 대상은 대부분 남성이다. 당연히 우리는 이 편향된 관행을 웹에 그대로 옮겨왔다. 이런 맥락에서 예를 들어 애플의 건강 앱이 출시 후 1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평범한 데이터 중 하나인 월경 추적 기능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성별, 인종, 성적 지향 등 정체성의 문제는 크지만, 이는 단지 포괄성의 결여가 드러나는 한 갈래에 불과하다. 에릭이 페이스북의 ‘올해 돌아보기’를 통해 얻은 경험은 또 다른 이야기를 꽤 잘 들려준다. 페이스북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플랫폼을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한 업데이트를 공유하는 곳으로 여겨왔다. 어찌됐든 이 플랫폼에서는 바로 근래까지도 말 그대로 포스트에 단 하나의 반응 ‘좋아요’만 표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플랫폼과 상호작용하는 이유가 점점 더 다양해졌음에도 페이스북은 그에 맞춰 폭넓은 디자인 미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웹이 이 세상의 선입견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웹에는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웹 공간에 그 씨앗이 뿌려진 것을 보기 시작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조직들은 청중에게 훨씬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청중을 보고, 그들과 대화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조직이 사용자들을 단순히 세그먼트 마케팅이 아닌 실제적이고, 다면적이고, 복잡한 사람들로 볼 수 있다면 진정으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디자이너들이 사람들을 고려하는 것이 왜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일이 잘못될 경우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것일까?

사라: 그런 이유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로 그 이유는 조직에서 디자인팀을 그 부분에만 신경 쓰도록 훈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이 디지털 제품에 돈을 쓰기로 결정했을 때는 긍정적인 결과를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이 팀은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질문의 전부라면 우리의 두뇌는 긍정적인 예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제품이 즐거움 대신 소외감을 주거나 해로울 수 있는 시나리오를 포착할 가능성은 적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서는 너무 긴 트윗을 쓰려고 하면 “140자가 넘었군요. 좀더 영리해져야 할걸요”라는 작은 UI 카피가 보인다. 자, 내가 방금 점심으로 먹은 환상적인 타코에 대해 트윗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시나리오에서 이 카피는 가볍고 재미있다. 만약 내 친구가 방금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릴지 고민 중이었다면, 지원한 회사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등의 부정적인 일을 매일 적으려고 한다면 어떨까? 갑자기 그 인터페이스는 다소 모욕감을 주며 거리감이 느껴진다. 물론 작은 일이지만 상처가 되고 심지어 비하하는 말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그 기능을 간단하게 몇 개 샘플 트윗으로만 테스트한다면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래서 에릭과 내가 진정으로 주장하는 바는 디자인팀이 깊은 호흡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즉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이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받게 되는가? 이 기능이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있지 않은가? 작업물을 어떻게 보완하면 그런 일을 피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다. 우리가 책에서 언급하는 “사전 부검premortem“이라는 활동도 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앉아서 논의하기보다, 먼저 그것이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예상해보는 것이다.

 

어느 시점엔가 당신과 에릭은 “공감은 마냥 감싸고 도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한다. 트위터에서 본 기분 상하는 카피 사례를 두고 누군가는 “과민반응입니다. 이건 단지 웃자고 하는 말인걸요”라고 할지도 모른다. 이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사라: 나는 이미 이 모든 것이 “지나치게 민감“하며, 우리 모두 “살얼음판 위를 걷는 상황이 될 뿐”이라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충분히 받았다. 그들은 그저 사람들의 얼굴이 좀더 두꺼워질 필요가 있다고 답한다. 솔직히 그건 헛소리다. 그 사고방식은 “나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고 싶지 않다”라는 말과 다름없다.

누군가를 감싸고 돈다는 것은 그들 앞에서 어려운 대상을 막아서며 세상으로부터 보호함을 의미한다. 그것은 전혀 우리가 권장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사용자들은 늘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으며, 사이트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임을 이해하라는 것이다. 배려한다는 것은 그 사실을 존중하고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만약 친구가 이혼 과정을 겪고 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상황을 캐묻기보다는 그들이 먼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려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누군가가 특정 술집에서 정신적으로 충격받을 일을 당했다면 아마 거기서 만나 술을 마시자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안타까워하고 그들을 더 불편하거나 취약하게 만드는 상황을 피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타인을 직접 대할 때는 이런 대응에 더 능숙해지는 법을 배우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은지, 언제 그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친절은 친근과 환대로 쉽게 함축될 수 있다. 그러나 공감은 더 심도 있다. 공감은 사람들이 온갖 종류의 요구사항과 감정에 따라 반응하리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은 그들을 돕는 것이지 그들이 우리의 좁은 이상에 맞추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팀이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갖기 원한다면 ’엣지 케이스’를 감당하기 위해 어디까지 해봐야 할까? 한계 지점이 있나?

사라: 이 책에서 많이 언급하는 것 중 하나이다. ‘엣지 케이스’는 “신경 쓸 정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실로 간편한 방법이다.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를 엣지 케이스라고 부르는 것은 말 그대로 그들을 경계선까지 밀어낸다. 하지만 여러분이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뭐가 됐든 그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을 아웃사이더로 여기기보다는 ‘스트레스 사례’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강점을 시험할 수 있는 도전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의 작업물이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괜찮다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괜찮다는 확신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제품들도 마찬가지다. 인체 공학적인 가정용품을 만드는 브랜드 옥소Oxo를 생각해보라. 사람들은 옥소 제품을 좋아한다. 하지만 초기 제품들은 일반 사용자에 맞춰 설계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관절염이 있던 창업주의 부인을 고려해 설계됐다. 그러나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나은 것을 만들면서, 옥소는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게 됐다. 인터페이스도 동일한 기회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다다르려면 관점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얼마나 많은 엣지 케이스를 지원해야 하는가?” 대신 “현실의 어려움들에 대비해 내 작업물을 얼마나 철저히 조사했는가?”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예측할 수도 없는 많은 제한요소에 끊임없이 대비한다는 것이 창의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

사라: 모두가 알다시피 자동차 사고를 대비한 디자인에는 엔지니어의 창의력이 제한된다는 불평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말하는가? 물론 사용자의 다양한 정체성과 감정 상태는 제한적인 요소를 만들어낸다. 디자인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그것은 일련의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들이 해결할 가치가 있는지 재정의한다.

일어날지도 모르는 모든 인간사를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우리는 인간을 위해 디자인한다.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사용자들은 우리가 시도해야 할 충분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어 북 어파트A Book Apart’에서 출판한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을 읽어보시라.

 

도서 소개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

에릭 마이어, 사라 와터 보에처의 《사람을 배려하는 디자인

우리는 제품 사용자가 누가 될지,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감정일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미리 스트레스 케이스를 고민하고 연민으로 디자인한다면 더 많은 사용자가 다양한 상황에서 도움받을 수 있고, 디자인을 세상에 선보이기 전에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사용자를 만나볼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더 넓은 범주의 사람을 위한 배려하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작권 정보이 글은 A List Apart 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저작권자의 정당한 허락을 받은 저작물로 한국어판 저작권은 웹액츄얼리에 있습니다. 웹액츄얼리의 서면 동의 없이 무단 전재, 복제를 금합니다. 원본은 Design for Real Life: An Interview with Sara Wachter-Boettche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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