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이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마이프렌즈, 마이러브>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해운대>를 보자는 친구의 의견과 좀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는 저의 영화선정과정은 예상외로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김팀장님의 적극적인 추천 및 재미있는 장면 묘사, 팽 팀장님의 <해운대>에 대한 상상을 초월하는 악평을 친구에게 전달해주는 것 만으로도 후보였던 두 영화의 줄다리기는 승부가 나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금남의 영역이었던 이대의 정문 앞쪽에 자리를 잡은 문화공간 아트하우스모모 극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아주 예쁘고 멋있었습니다. 물론 영화도 아주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네큐브나 스펀지하우스 같은 작은 규모의 예의 있는(?)영화관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 영화관들은 숨겨진 상영작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할 뿐더러, 영화를 같이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관람태도 또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영화가 끝나고 제작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엔딩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시간은 영화를 본 후에 먹는 디저트처럼 달콤한 여운이 있습니다. (특히 픽사 애니메이션의 엔딩 크레딧은 그 자체만으로 작품입니다.)
하지만 보통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혹은 영화가 끝나갈 무렵부터 뭐가 그렇게 바쁜지 나갈 준비를 하는 소리로 분주해집니다. 오히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기까지 합니다. 또 영화상영 중에도 영화를 보러 왔는지 음식을 먹으러 왔는지 모를 정도로 음식물 봉지소리와 씹는 소리, 냄새가 종합선물세트로 날아옵니다. 조금은 충격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몇 년 전 제가 C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제 앞자리에 앉은 커플은 심지어 양념 통닭까지 사이 좋게 나눠 먹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극장이 기업화 되면서 예전에 비해서 상영시설의 질이나 규모, 감상의 기회는 포화상태라고 해도 될 만큼 많아지고 좋아졌습니다. 관객들의 의식도 극장의 규모만큼만 밝아져서, 멀티플렉스영화관이라도 아무 방해 없이 픽사의 멋진 엔딩크레딧을 감상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글, 사진 |웹액츄얼리 콘텐츠기획팀 김종인
단관극장들이 없어진것과 기업형 멀티플렉스들만 남아있는 것은 확실히
안타까움을 넘어서 걱정되는 일이기도 하지요-_-
씨제이가 엄청나게 무서운 기업 같습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