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티나Cantina의 디자인 컨설턴트인 나는, 고객 리서치가 디지털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기업마다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을 지켜봐 왔다. 기업 임원들은 수량화할 수 없는 가치임에도 수치화해서 이해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개발 팀은 고객 리서치와 사용성 테스트 때문에 납품 기한을 맞추지 못할까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문제들과 매번 직접적으로 씨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에는 큰 장점이 있다. 바로 전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인적 자원과 툴, 업무 관행, 즉 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팀이 이런 조직의 자원을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고객을 통해 배우는 것’에 좀더 집중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최근 워크테크WorkTech라고 하는 고객사와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워크테크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디지털 프로젝트를 조정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적은 예산과 팀으로 전자상거래 전체 경험을 재설계하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6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나를 포함한 칸티나 직원 둘에게 주어진 업무는 프로젝트를 사용자 중심적 디자인 접근 방식으로 돌려놓는 일이었다. 우리는 신속하게 작업해야 했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고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야 했다. 우선, 조직이 갖추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사용자 리서치 환경을 재조성하도록 노력했다. 이를 위해 사람들, 툴, 업무 관행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실용적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
다양한 역할의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기
효과적인 사용자 리서치 프로그램은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서 끝난다. 따라서 제품이나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사람이 지닌 관계 및 동기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 간 친선을 장려할 수 있고, 사람들 간에 존재하는 핵심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학습 문화를 창출하고 싶다면 (가능하면 창의적으로) 인터뷰에 응할 사용자 그룹을 찾고 팀원들과 이해관계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제품에 연결된 모든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자. 제품의 최종 사용자 집합을 항상 직접 만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제품 관련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한다면 조직 내 모두가 사용자 리서치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팀이 계속해서 리서치 목표에 집중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협력자들에게서 리서치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알아낼 때 다음 질문을 해 보자.
- 여러분 제품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타깃 사용자와 연결돼 있는 부서는 어디인가?
- 리서치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도움이 될 만한 직원을 파견해 줄 프로젝트 스폰서가 있는가?
- 사용자로부터 좋은 의견을 받는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이 다른 부서에 있는가?
-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싶어 하는 고객과 연결해 줄 만한 부서(영업 및 고객 서비스 부서)가 조직 내에 있는가?
워크테크 프로젝트에는 사용자 모집 관련 예산이나 리서치 과제 예산이 잡혀 있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우리 팀을 리서치 초기 참가자 풀과 직접 이어주는 내부 사용자 그룹뿐이었다. 우리는 프로젝트 재설계를 위해 우선 플랫폼을 구성했다. 그리고 워크테크 직원과, 직원들과 상호작용하는 외부 사용자, 이 두 그룹이 플랫폼을 사용하게 했다. 이후 직원들은 우리를 외부 사용자들과 연결해주었다. 이를 통해 피드백을 제공해 줄 사람의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었다.
모든 인터뷰의 가치 극대화하기
외부 고객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리서치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참가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하고 답변을 받았다.
- 다음 세션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변함)
- (내부 또는 외부) 지인들 중 피드백을 제공할 만한 사람들을 소개해 줄 수 있는가?
인터뷰 과정에서 사용자마다 어떤 영역에 전문성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로써 향후 사용성 테스트 세션을 제품의 기능 특성에 따라 좀더 효과적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이 접근법을 통해 잠재적인 리서치 참가자 풀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다양한 사용자 퍼소나가 갖는 공통된 동기에 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 사람들을 포용한다면 전체 재설계 과정에서 집중해야 할 측면들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사용 가능하거나 무료인 유용한 툴 찾기
효과적인 사용자 리서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툴’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리서치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큰 도움이 된다. “사용자 리서치” 전용 플랫폼을 갖춰서 섭외와 일정 관리, 세션 기록을 처리하고 싶어하는 조직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조직에서 사용하는 기존 툴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예산이 아주 적다면(또는 없다면), 이미 사용 중인 소프트웨어 및 애플리케이션을 고객과의 대화를 지원할 수 있는 용도로 변경하거나 확장할 수 있다.
다음을 고려해 보자.
- 조직에 리서치 목적으로 사용할 만한 최신 툴이 있는가?
- 사용자들이 리서치에 활용할 툴이나 업무 흐름에 이미 익숙한가?
-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새로운 툴이 예산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 기존 템플릿과 프로세스를 활용해서 수동으로 처리해도 되는가?
우리는 초기에 워크테크 내부 사용자마다 사용하는 툴 세트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회사가 전반적으로 세운 기술 구매 계획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직원이 이미 시스코 웹엑스(Cisco Webex)를 설치해 원격 화상 회의와 화면 공유 기능을 사용하고 있었다.
워크테크 지사와 고객은 미국 전역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원격 화상 회의와 전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대화 세션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웹엑스를 리서치에 사용했기 때문에 내부 사용자가 새로운 툴에 적응할 필요 없이 실제 인터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기존 툴을 활용한다는 것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역량을 확장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우리가 도입한 유일한 툴은 무료 인비전InVision 계정이었다. 새로운 UI 컨셉의 간단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주간 사용성 테스트를 수행하며, 쉽고 빠르게 결과를 문서화 및 공유할 수 있는 툴이다).
템플릿을 문서화하고 정의하기
디지털 리서치 툴을 갖추고 있다면 그저 출발이 쉬울 뿐이다. 디지털 리서치 툴이 다양한 유형의 커뮤니케이션과 아이디어 캡쳐를 돕는 유용한 템플릿이긴 하지만, 자동 툴에 대한 구매 권한이 없다면 약간의 수작업을 동원해도 충분히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워크테크에서는 문서 추적 기능을 효율적인 상태로 유지해서 리서치와 테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자료 작성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했다. 스크립트 및 섭외 이메일 작성 등 반복적인 작업은 각 문서를 만들 때마다 저장하고 정리함으로써 중복 작업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점차 재사용 가능한 템플릿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약간의 수작업이 수반됐지만 사용성 테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그 효과가 커졌다.
사용 가능한 기존 툴을 활용하면 새로운 툴을 시작할 때 발생하는 주요 장애 요인(시간 지연 등)도 없앨 수 있다. 대규모 조직은 구매 계획이 엄격하다. 이에 맞게 기존 툴을 용도만 변경하거나, 무료 툴을 사용하면 팀 작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좋은 문서와 반복 가능한 템플릿으로 빈틈을 채우면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사용자로부터 의견을 수집할 때 재정적인 요인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회사의 업무 관행 새롭게 살펴보기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그 교훈을 조직에 전파하지 않으면 학습 문화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제품이나 사이트에서, 리서치를 통해 얻은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이 성과의 척도라는 것을 인지하자. 디지털 팀은 고객에게 가장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
우선 조직에서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통 프로세스를 예리하게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팀은 조직의 현재 업무 관행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배운 내용을 알맞게 조정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조직의 업무 관행을 파헤쳐 보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을 만날 방법을 확인해 보자.
- 리서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리서치 결과를 팀에 보여줄 공간이 작업 공간 중앙에 마련되어 있는가?
- 다양한 팀과 만나 리서치 결과를 발표하는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는가?
- 리서치와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일정한 단기 점검 과정이나 제품 리뷰 과정이 정기적으로 있는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워크테크 팀은 이미 주간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으며 회의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결론지은 아이템을 공개 안건으로 다루고 있었다. 우리는 이를 이어 받아 매주 화요일에 리서치와 사용성 세션을 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매주 화요일은 프로토타입 테스트를 마치는 날로 정했고, 매주 수요일 워크테크 팀 회의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유효성을 검사할 새로운 질문이나 디자인 컨셉이 나오면, 팀은 아이디어를 문서화한 뒤, 추가 논쟁은 일시 중지하고 다른 토론 주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모두가 매주 테스트를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됐으며, 심지어는 가장 회의적인 개발자까지도 자신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능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준비”되기 전에 정기적인 고객 세션 일정을 잡아라
주간 세션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테스트 준비 작업과 일정 관리 작업을 분리할 수 있었다. 피드백이 필요할 때마다 세션 일정을 잡기 위해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매주 화요일로 이미 시간을 정했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에 대해 질문과 테스트를 간단히 준비하기만 하면 됐다. 뭔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단지 일주일만 기다리면 됐다.
이 원칙에 따라 12주 동안 40번 이상의 세션을 진행하고 주요 사용자 그룹 둘로부터 귀중한 의견을 수집했다. 이로써 정량화된 데이터를 수집해서 하나의 디자인 패턴을 채택하는 근거로 만들었다. 그리고 디자인 논쟁을 최소화해 리서치 프로그램과 디자인에 자신감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이처럼 정기적 세션을 통해 사용자와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 외에도, 우리가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던 몇 가지 주요 인터페이스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페이스 이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고객 조직의 내부 프로세스에서 웹사이트 경험이 단 하나의 구성 요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리서치로 얻은 통찰력은 프로젝트 재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것으로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워크테크의 고객 기반을 이해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리서치 노력의 가치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됐다.
조직의 일정과 팀 규범을 아는 것은 사용자 리서치 프로그램을 짜는 데 필수적이다. 리서치 통찰력이 디자인과 개발 프로세스에 통합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조직 전체에 사용자 리서치 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사용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갖도록 하는 장치 역할을 하므로 제품이나 사이트의 장기적인 성공에 필수적이다.
리서치 문화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팀은 재정적인 면에서 리서치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폴 보아그Paul Boag는 스매싱 북 3Smashing Book 3 책에서 우아하게 말했다. “기업이 테스트하지 않는 주요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당신은 테스트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비용 측면에서 설득해야 한다.”
리서치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ROI를 얼마나 잘 입증할 수 있는지와 관련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최소한으로 다루었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사용자 리서치의 가치를 비즈니스 담당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바꿔라. 기능의 효과에 대해 논쟁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능을 구축하는 데 든 시간을 수치화하면 비용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용자 리서치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조직 내의 사람들과 툴, 업무 관행에 주의를 기울이면 팀은 사용자 리서치의 가치를 현장에서 입증할 수 있으며 미래의 추가 자원을 확보할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다.